1957년 10월 4일 소련은 최초의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했습니다. 이후 1961년 4월 12일 구소련의 공군 장교인 유리 가가린 소령은 인류 최초로 우주 비행에 성공하게 됩니다. 인류가 우주에 갈 수 있게 되기 전에 먼저 우주로 나간 생명체가 인간이 아닌 동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최초로 우주로 떠난 동물은 바로 개인데요, 그 개의 이름은 라이카(Лайка, raika)입니다.
라이카라고 하면 카메라를 떠올리시는 분이 많으실테지요. 라이카는 시베리안허스키종으로 모스크바 시내의 떠돌이 개였다고 합니다. 어느날 실험용 개를 찾고있던 과학자들의 눈에 띄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치명적인 방사능과 살을 태우는 고온, 무중력 상태, 거친 진동 등의 악조건에는 애완견보다 길거리 개가 더 잘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작은 캡슐형 인공위성에 태울 정도의 6~7㎏의 무게를 지닌, 무중력 우주복과 위생처리가 용이한 암컷 길거리 개를 찾았던 것입니다.
과학자들에 의해 모스크바의 항공의학연구소에 들어가 알비나, 무슈카라는 개들과 함께 우주견 훈련을 받습니다. 원래 쿠드랴프카라는 이름이 있었지만 부르기 힘들어 라이카로 바뀌었습니다. 라이카는 명석했고 과학자들을 잘 따랐습니다. 몇개월의 훈련 끝에 라이카가 발탁되었고, 스푸트니크 2호 발사 전 소련은 라이카의 목소리를 녹음해 라디오를 통해 전 국민에게 들려주는 등 한껏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당시는 미국과 소련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시절, 두 나라가 우주과학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때였습니다. 당시에는 지금과 비교해 우주과학수준이 뒤떨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인간이 우주에 가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았습니다. 우선 움직이던 방향을 바꾸어서 지구 쪽으로 오려면 추진력이 또 필요합니다. 그리고 지구의 대기권에 진입하는 각도가 조금만 어긋나도 대기권 밖으로 튕겨나가 버리거나,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공기와의 마찰 때문에 우주선이 타 버리기 쉽지요. 유성이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타 버리는 것처럼요.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다른 많은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우주선은 엄청 빠른 속도로 발사되기 때문에, 우주선 안의 물체들도 큰 힘을 받습니다.
그래서 이 힘으로부터 우주 비행사를 보호하는 여러 가지 장치가 필요하고, 우주 비행사도 신체를 단련해야 하지요. 그리고 사람의 몸은 땅 위의 공기 압력에 맞도록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압력이 너무 높거나 낮아지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으므로, 우주선 안의 압력을 일정하게 조절해 주는 기술도 필요하고요. 사람이 탈 수 있을 정도로 우주선을 크게 만드는 것도 어려운 기술입니다.
라이카가 우주로 가기 이전부터 실험을 위해 동물을 태운 우주선이 우주로 향했지만, 안타깝게도 지구를 벗어나지 못했고, 그 동물들은 이름조차 남기지 못했죠... 미국 과학자들은 실험 동물로 원숭이를 골랐고, 구 소련의 과학자들은 개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프랑스 과학자들은 헥토르라는 이름의 흰 쥐와 펠리세트라는 이름의 새끼 고양이를 골랐지요. 이 중에서 가장 먼저 우주를 구경한 동물은 구 소련의 개 라이카였습니다. 그 동물들의 임무는 우주 환경이 생명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정보를 지구에 전송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주 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인명피해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 동물실험을 먼저 진행한 것이지요. 라이카가 우주로 보내진 이후에도 개구리, 뱀, 물고기는 물론 풍뎅이, 파리, 해파리 등 많은 동물들이 실험을 위해 우주로 보내졌습니다.
그러던 1957년 11월 3일, 라이카를 태운 우주선 소프트니크 2호가 발사됩니다. 라이카는 꽁꽁 묶인 채로 스푸트니크 2호에 실려 우주로 쏘아 올려졌습니다. 영국 비비시(BBC)는 이날 지구 생명체 최초의 우주여행을 다음과 같이 전했습니다. “스푸트니크 2호는 지구 약 1500㎞ 상공에서 초속 8㎞의 속도로 지구 궤도를 돌고 있다. 약 1시간42분 만에 지구를 한 바퀴 돈다…당국의 공식적인 발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소련은 라이카를 지구에 귀환시킬 것으로 여겨진다.”
“두번째 인공위성의 개 생존-소련 당국, 귀환할 것이라고 암시” 스트푸니크 2호가 발사된 이튿날 뉴욕타임스의 헤드라인이었습니다. 전세계는 소련이 거둔 우주여행의 성공에 놀랐고 들떴습니다. 소련 정부는 라이카에게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소거하는 생명유지장치와 먹이공급장치를 인공위성에 장착했다고 밝혔지만, 라이카를 위한 귀환 조처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스푸트니크 2호에는 라이카가 우주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산소 발생기, 이산화탄소 제거 장치, 온도조절 장치가 달려 있었고, 물과 음식을 공급하도록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우주복도 입혀주었고요. 그리고 실험 데이터를 얻기 위해 라이카의 맥박, 호흡, 체온 등을 감지하는 전극을 통해 지상의 관제탑으로 송신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기술력으로는 지구로 귀환할 수 없었기 때문에 라이카는 우주로 떠난뒤 1주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독약주사를 맞고 안락사 할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소련은 라이카가 우주공간에서 지구를 바라보며 1주일 동안 생존하다가 미리 설치한 장치로 약물이 주입돼 고통 없이 생을 마쳤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비극적인 결말은 라이카를 인류의 영웅이자 우주시대 개척자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라이카가 훈련받은 거처에는 곧바로 “여기 지구궤도 위성비행에 성공한 개 ‘라이카’가 여기 살았다”는 청동 기념판이 붙었고, 1958년 소련에서 최초로 생산된 필터 담배에는 그의 그림과 함께 ‘라이카’라는 상표가 붙었으며, 루마니아, 알바니아, 폴란드, 북한 등에서 기념우표가 발행됐습니다. 라이카에 이어 우주여행에 나선 개 ‘스트렐카’와 ‘벨카’는 지구 궤도에 24시간 머문 뒤 귀환에 성공했고, 흐루시초프는 두 마리가 낳은 강아지 한 마리를 미국 케네디가에 선물로 줬습니다.
시간이 흘러 2002년 미국에서 열린 세계우주대회에서 러시아 생물학연구소의 디미트리 말라센코프 박사를 통해 라이카가 우주에서 1주일 동안 생존했다는 사실이 거짓으로 밝혀졌습니다. 디미트리 말라센코프 박사가 당시 라이카에 대한 데이터를 내놓은 것이었습니다. 그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라이카의 심장박동수가 3배 이상 빨라졌다가 정지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라이카는 가속도로 인한 압력과 고온을 견디지 못하고 로켓이 발사된 지 몇 시간 만에 극심한 스트레스와 공포에 의해 죽은 것입니다. 그 후 궤도를 떠돌던 우주선의 폭발과 함께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은 안타까움을 나타냈고, Sana - Space dog라는 라이카를 기리는 추모곡도 만들어졌습니다. Space dog의 가사는 마음 한 켠을 시큰하게 만듭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1년도에는 네이버 웹툰에서 '2011 미스테리 단편 - 9화, 10화 거꾸로 뜨는 달 (유리아 작가)'에서 라이카의 이야기를 소재로 의인화하여 게재했으며, 델리스파이스(Delispice) - 우주로 보내진 라이카라는 곡으로 라이카의 이야기를 노래하기도 했는데요, 한결같이 라이카를 불쌍한 실험체로 묘사합니다.
미국과 소련의 경쟁을 통해 우주과학은 급격히 발전했습니다. 1969년 7월 20일에 모두가 알고있는 미국의 아폴로(Apollo) 11호, 닐 암스트롱(Neil Armstrong)과 올드린(Edwin Aldrin)이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하고 달에 첫 걸음을 내딛는 데 성공했습니다. 암스트롱이 남긴 유명한 말이 있죠. "이것은 한 사람의 인간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한 걸음이다."
라이카의 이야기는 정말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라이카의 희생은 인류에게 우주과학의 발전을 가져다 주었으나, 인류의 이기심때문에 수많은 동물들이 죽음으로 내몰리고 말았습니다. 라이카가 아무리 영웅화 되었다고 해도, 인간의 동물실험에 의한 희생양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수많은 희생으로 일구어진 문명의 혜택을 받으며 살고있기는 하지만, 이런 안타까운 희생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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